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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SNS를 통해 파격적인 한국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 의상인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여인이 당구를 치거나 라면을 먹는 등 기존에 우리가 알던 한국화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한국화를 그린 화제의 주인공은 김현정이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그녀를 만나보겠다. 

 

 

 

흔히 한국화가를 떠올리면 나이가 지긋한 작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에 반해 김현정 작가는 27살로 비교적 어리다. 하지만 이미 미술계에선 입지가 탄탄하다. 벌써 4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 2011년에 제14회 세계평화미술대전 한국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동아일보에서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며, 많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내숭올림픽’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어 대중은 물론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녀는 현재 SNS로 대중과 소통하며 ‘한국화의 아이돌’이라 불린다.

 

김현정 작가가 동양화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책 때문이다. “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2학년으로 올라갈 때 전공을 선택해요. 그때 오주석 선생님의 ‘한국의 美 특강’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우리 한국 미술의 아름답고도 뛰어난 전통에 정말 큰 감동을 하였어요.” 김홍도 선생의 위트와 섬세한 관찰력, 그리고 생동감이 넘치는 운필 능력을 좇고 싶었던 마음은 결국 그녀를 동양화 고유의 기법과 재료를 고집하도록 이끌었다.  

 

 

▲ 김현정 작가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아차 我差 / Oops’

 

그녀의 한국화는 매우 파격적이다. 그동안 보았던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이 독창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이전부터 많은 작가분께서 파격적인 시도를 하셨었어요. 재료의 특수성과 그림의 소재로써 창의성을 논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요. 하지만 작업 과정만큼은 독특해요.” 실제로 그녀의 작업 과정은 매우 특이하다. 인물의 누드를 그린 후, 그 위에 마치 종이 인형 놀이를 하듯 한지로 콜라주를 하여 한복을 표현한다. 이는 넓은 치마폭 속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상상하게 한다.

 

김현정 작가에게 처음 ‘내숭이야기’를 구상한 계기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겉과 속이 다른, 즉 내숭을 떠는 사람들을 희화화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한복이라는 고상한 옷을 입고 그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대신 치마 속이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게 그려서 결국 속이 훤히 다 보인다고 표현하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녀는 작품을 계속 그리면서 그림 속의 인물이 자신의 모습과 매우 닮았음을 느꼈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그 본질까지도 저 자신과 닮았음을 깨닫고 결국 그 뒤로 고백적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남들의 싫은 모습은 알고 보니 감추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었다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니 더욱 편안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소재를 억지로 생각한 이전과는 달리, 자신의 모습과 일상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일상이 곧 작품이 되다

 
그녀의 작품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그녀는 풍경을 그리기보다 인물을 그리는데, 항상 한복을 입은 여인만 등장한다. “제 작품은 저의 자화상이에요. 생활하는 순간순간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어요.” 실제로 그녀의 작품 ‘투혼’은 끼니를 거르며 작업하다가 쓰러질 것 같아 허겁지겁 먹던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빨대로 감자튀김을 집어 먹는 것은 그림을 그리던 중 손에 기름을 묻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이디어는 제 생활과 경험에서 불현듯 떠오르는데, 보편적일수록 더 공감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 투혼


김현정 작가의 대학 시절은 어땠을까. 그녀는 현재 석사 과정을 막 수료하고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때문에 대학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그리 먼 과거 얘기는 아니다. 그녀는 야작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야작은 ‘야간작업’을 뜻하는 말이다. “예체능 계열 학생 모두 공감할 이야기인데요. 과제 때문에 늦게까지 학교에 자주 남아 작업하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물론 현재의 그녀는 학부 시절보다 더욱 좋은 환경에서 작업한다. 그러나 비교적 힘들었던 상황에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잊을 수가 없다.

 

미술이 대중과 더욱 다가갔으면

 

젊은 나이에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녀에게도 더욱 큰 꿈은 있었다. 바로 대중과 호흡하는 미술을 하는 것. “많은 사람이 음악을 쉽게 듣는 것처럼 미술도 쉽게 접했으면 좋겠어요. 미술 작품은 전시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있어요.” 미술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와 구조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소셜 드로잉에 대해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셜 드로잉은 ‘소셜’과 ‘드로잉’의 만남으로 그녀가 처음으로 제시한 용어이다. 대중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대중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품을 구상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통해 작품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작품 활동에 작가만 참여하면, 작가의 의도된 메시지가 관객에게 다르게 전해질 수 있다. 그녀는 대중과 소통을 통해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그 의도를 바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예술에 나타나는 전통문화를 대중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전통문화 전도사가 되는 상상도 해요.”

 

 

 

기자는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말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느낌에 쉽사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현정 작가는 달랐다. 우리와 같은 학생인 그녀의 말은 더욱 설득력 있었다. 그런 그녀가 대학생들에게 말한다.

 

“저도 아직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무어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좌절감이나 무기력에 빠진 대학생들에게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결과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한 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항상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자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현정 작가 블로그 주소: http://artistjunga.blog.me/

김현정 작가 페이스북 주소: https://www.facebook.com/artisthyu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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