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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실존주의 소설가이자 페미니스트 운동가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사후 30년 기념 추모 전시회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4월 열렸다. ‘나 자신이 되는 위대한 모험을 받아들이다(J'accepte la grande aventure d'être moi)’라는 기조 아래 ‘여성의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활동 중인 9명의 여성 예술가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한편 전시회의 기조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작품에서 직접 발췌한 것이라고. 이번 전시회의 기획자이자 전시 활동에도 참여한 전시 기획자 마르타 다데르(Marta Darder∙52)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나 자신이 되는 위대한 모험을 받아들이다(J'accepte la grande aventure d'être moi)’

 

 


▲ 전시 기획자 마르타 다데르(Marta Darder∙52)


Q.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프랑스의 저명한 페미니스트이자 여성운동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세상을 떠난 지 30주년이 된 것을 추모하는 뜻에서 마련됐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동 중인 여성 예술가 9명이 모여 어떤 방식으로 전시회를 꾸밀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그녀의 삶이나 책 자체를 들여다보는 방식보다는 그녀의 작품 속에서 마음에 가장 와 닿는 문장 하나를 찾고 그것을 전시의 주된 테마로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성 예술가 카브레(Cabré) 씨가 발췌한 ‘나 자신이 되는 위대한 모험을 받아들이다’라는 문장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3개월 간의 전시 준비 기간이 주어졌는데 무급으로 시작한 일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들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바르셀로나 한가운데 위치한 프랑스 문화원에서 전시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등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여성 예술가들이 ‘내가 나 자신이 되는’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도왔습니다. 
 

 


▲ 바닥을 장식한 시몬드 보부아르의 이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여성 예술가들이 

프랑스 작가의 작품 속 문장을 주제로 하여 전시를 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Q. 이번 전시를 이끈 예술가이기에 앞서 기획자로 활동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나요?
A. 전시에 참여하는 다른 8인의 작가가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 보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약이 될 만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우리가 앞세운 테마를 모두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사실 전시 준비 기간 내내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에너자이저’ 역할 또한 제 몫이었답니다.(웃음)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여성 예술가들이 이뤄낸 이번 전시

 

 

Q. 본인의 작품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나요?
A. 한때 가장 친한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그 후 저는 붉은 실로 매듭을 만들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혹자는 이 같은 행동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물건이 제겐 큰 위안이 됐습니다. 그 매듭이 친구와 저를 정신적으로 이어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붉은 실과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주변 사람들의 사진, 내게 중요한 단어를 이어 작품 그 자체가 ‘내’가 될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Q. 전시 주제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나요?
A. 항상 브론즈로 작업해온 제게 있어 단어와 이미지, 실을 이용한 설치 미술 작업은 사실상 처음 하는 일로 새로운 도전에 가까웠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일어나는 모든 일이 굉장히 실험적으로 느껴졌죠. 전시회의 테마를 수없이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내가 예술가로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결과 50대가 된 제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분야 작업에 도전하게 됐고,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하는 위대한 모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마르따 다데르(Marta Darder)의 작품 <멀린 루즈(Ma ligne rouge)>

 

 

Q. 이번 전시를 한마디로 정의해 주신다면요?
A. 저는 이번 전시를 ‘노래’라 말하고 싶어요. 아주 오래된 스페인 노래 중 새들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불렀다고 전해지는 곡이 하나 있어요. 이 전시 또한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는 자유를 부여 받은 데 대한 기쁨의 노래’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노래 가사 가운데 ‘공존의 아름다움’에 관한 내용도 함께 담고 있는데 9명이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바로 그 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우리 모두 직업이 다르고, 작업 방식도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작품을 놓는 위치부터 홍보 하나까지 함께 상의하며 진행한 결과 오늘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 모두의 전시가 된 셈이죠.

 

Q. 어떤 자유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아마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이겠지요. 여자나 여자와 같은 성별, 직업 등 삶에 있어 나를 구속하게 하는 다양한 객관적 지표를 떠나 온전히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심도 있게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요. 말로 설명하려니 조금 무리가 있는데, 저와 같은 세대를 사는 여성이라면 또 사회생활을 해본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에우제니아 발세스(Eugènia Balcells)의 <보이 밋 걸(BOY MEETS GIRL)>

 

남성과 여성 모두에 대한 고정관념을 영상으로 담은 작품. TV에서 흘러나오는 복잡한 음향 효과와 끊임없이 바뀌는 화면이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파괴하려는 듯한 느낌을 준다.

 


 
 
▲ 마리 코르다(Mari Chordà)의 <시모나, 마리아 오렐리아 아 엘 도파시오 드 라 사비에사(Simona, Maria Aurèlia i el topazio de la saviesa)>

 

스페인에서 오랫동안 페미니스트로 활동해온 마리 코르다(Mari Chordà) 씨는 올해로 70세가 됐다. 여성의 머리 위에 올려진 보석은 ‘마법의 돌’로 ‘그녀의 길’을 비추어 주는 등대를 상징한다.

 
 


▲ 마이스 호르바(Maïs Jorba)의 <바크(Barque)>

 

‘여성의 거친 삶’을 ‘항해하는 배’에 비유한 작품. 각각의 소재에도 의미가 담겨있는데 ‘돌’은 어려움과 난관을 ‘메탈 돛’은 그럼에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 에우렐리아 발도세라(Eulàlia Valldosera)의 <이코노미아 드 라 비시오 #2(Economia de la visió #2)>

 

빛을 찾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정지한 듯한 화면으로 연출했다. 희미한 빛을 쫓는 자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 마르타 친칠라()의 <데이 메이드 미(THEY MADE ME )>

 

전시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글자의 모임. 이번 전시를 위해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작품 『시네마 드 주네스(Cahiers de jeunesse)』에 나오는 모든 인물 중 주인공 여성이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의 이름을 따 그림으로 만든 것이다. 실은 내 주변 사람들이 현재의 ‘나’를 강인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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